이와사키 치히로 포도를 들고 있는 소녀 1973년
이와사키 치히로 50주년 추모전’어린이 모두에게’
치히로에게서 지금의 어린이들, 그리고 한때는 어린이였을 모두에게――
이와사키 치히로가 세상을 떠난지 2024년 올해로 50년째를 맞게 됩니다. 이 반세기 동안 세상은 크게 변화하였고 어린이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이러한 시대를 향해 치히로의 그림이 건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2024년 1년간, 치히로미술관(도쿄/아즈미노)에서는 ‘놀이, 자연, 평화’라는 3가지 테마를 가지고 현대과학의 시점을 함께 하여 치히로의 그림을 풀이하고,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눈길을 두는 것만으로도 참가하고 싶어지는 새로운 전시회를 열어 보고자 합니다.
전시회 디렉터
치카모리 모토시(近森基) + 오하라 아이(小原藍) (plaplax)
천진난만한 어린이들, 아름다운 자연, 평화에 대한 염원.
이것이 치히로 씨가 평생에 걸쳐 그려온 테마입니다.
50주년 추모전을 맞이하게 된 올해, 이 테마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과학의 시선>을 통해 보고자 합니다. 그것이 어려운 지식이나 정보를 펼쳐 놓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눈 앞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그리고 그곳에서 시작을 하는 것.
과학의 시선은 특정한 누군가가 난해한 일을 생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발견이 가득한 멋진 세상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실제로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전시회장에서 작품을 보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또 몸을 움직여 보기도 하고.
아이도 어른도 ‘와! 이게 뭐지?’하며 설렘을 느끼며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전시회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그래픽 디자인:오카자키 도모히로(岡崎智弘)
이와사키 씨의 그림은 책이나 인쇄물의 형태로 생활 속에 함께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이와사키 씨의 세계가 서로 녹아 있는 경계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우리가 사는 시간 속에 이와사키 씨의 세계가 결합되면 그곳에서 태어나는 감각을 ‘풍성함’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에서 제가 포스터나 전단지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하고자 했던 것은 이와사키 씨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를 겹친 사물과 공간으로써의 그래픽 이미지입니다. 그림이라는 것은 평면적이면서도 사실 실체를 가진 사물이나 공간과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림이 우리 사는 세상과 겹쳐지는 상태를 디자인해보고자 시도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전시회장 그래픽에도 융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할 수 없을까 상상해 보고 있습니다.
이와사키 치히로가 도쿄 시모샤쿠지이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내던 50년 이전의 일본은 한창 고도성장기를 이루고 있는 때였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나무는 베어졌고 강은 메워졌으며 그곳의 꽃과 풀, 그리고 생물체들도 함께 사라져 가야 했습니다. 치히로는 「나는 나의 그림책 속에서 지금의 일본이 상실한 많은 선함과 아름다움을 그려내고자 한다」고 하였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주변 자연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50년이 지나 실제로 많은 생물체가 날마다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치히로의 그림을 통해 즐겁게 생각해 보는 전시회입니다.
기획협력 – 와시타니 이즈미(鷲谷いづみ, 도쿄대학 명예교수/생태학, 보전생태학)
생물다양성조약에 있어서 세계의 목표는 「자연과의 공생」입니다. 오래전부터 사람과 자연의 공생의 현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거의 상실된 장소인 ‘들’. 멸종위기동물을 포함한 ‘들’의 꽃과 고사리에 어린이들이 함께 하는 정경을 묘사한 귀중한 그림을 감상하고, 실제 식물들이 만들어 낸 자그마한 공간 ‘공생의 뜰’을 느껴 보시기를 바랍니다.
치히로 씨 그림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자색은, 생태계의 식물이 동물과 공생관계를 맺기 위해 진화시킨 꽃, 그리고 잘 익은 과실의 빛깔입니다. 붉은 색상에서 푸른 빛이 도는 자색까지, 짙고 연한 다양한 자색들을 공생의 색깔이라는 측면에서 감성과 지성으로 즐기실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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