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히로의 파스텔화
1970년대에 이르러 치히로는 활동 초기에 종종 보조적으로 사용하던 파스텔을 집중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1968년 시코샤의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한 결과였습니다.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묘사해내는 자신의 섬세함이 오히려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치히로는 굵은 붓을 사용하거나 일어서서 팔을 크게 움직이며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가루 형태의 안료를 점착제로 굳힌 파스텔은 정밀한 묘사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섬세함에 대한 고집을 버리려 했던 치히로에게는 아주 적절한 도구였습니다. 힘 있는 선이 드러내는 차분한 화풍은 이때 탄생하여 이후 수채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